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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기를 종이에 쓰다가 못 적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정리해보는 여행기
 

 
태국에서 한달살기를 시작했는데 진짜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렸음. 아니.. 그냥 눈떠보니 비자 만료래 (참고로 태국 무비자는 90일입니다) 한달살기하러 와서 2개월을 그냥 짱박혀있었음. 사실 방콕에만 있기 약간 무료하기도 하고, 비자 만료도 다가오겠다 남부쪽으로 내려가면서 인생 처음 비자Run을 도전하기로 함. 
 
처음 내가 생각한 루트는 방콕 - 코사무이 - 핫야이 - 빠당베사르 - 쿠알라룸프르였음. 하지만 여행하면서 루트가 어떻게 바뀌는지 꼭 봐주십쇼!

 
나는 코사무이가 꼭 가보고 싶었음. 연인이랑 가보고 싶었지만 헤어진 기념으로 그냥 혼자 코사무이에 가기로 했다. 방콕의 중심에 있는 방수역에서 꿈에 그리던 슬리핑 기차를 타고 수랏타니로, 수랏타니에서 코사무이로 꿈에 그리던 그곳에 도착하기까지 장장 12시간 걸렸는데 크..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낭만이었을까..?
 
나는 무계획 인간이라 출발 2~3일 전에 기차표를 예매했다. (방콕의 슬리핑 기차는 1층이 인기가 많기때문에 1층 예매하려면 최대한 빠르게 예약해야합니다.) 당연히 1층 자리가 있을리 없었고 2층 자리도 '딱 한개' 남아있었음. 사실 그마저도 얼마나 다행인지 ㅋㅋㅋ 2층 자리 없으면 앉아서 밤새 가야하는데 그건 신종 고문아니냐고.. 
 

 
 
방수역 도착해서 Surat Thani 행 기차를 기다렸다. E 승강장이었는데 아니 아무리 봐도 행선지가 수랏타니가 안나옴. 행선지가 전광판에 Nakhon Si Thammarat 이라고 떠서 괜히 잘못타서 오지갈까봐 오만사람 다 붙잡고 이거 수랏타니 맞냐고 ㅋㅋ 역무원 경비아저씨 기차타기전에 있던 승무원한테까지 다 물어봄. 타서 검표원한테도 수랏타니 맞냐고 ㅋㅋㅋ 이정도면 수랏타니 아니길 바라는거 아닌지? 무튼 아니.. 수랏타니 행이면 수랏타니라고 써줘야지 괜히 식겁했네.
 

 

기차탔는데 생각보다 꼬졌음. 이런 기차는 내가 어릴때도 타본적이 없는거 같은데? 수준정도.... 내가 26인치 캐리어를 들고 탔는데 캐리어 둘데 없을까봐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유일하게 미리 알아본게 캐리어를 1층에 둘수 있느냐였다. 맨날 검색하고 후기보고 그랬는데 26인치 캐리어를 가져간 사람은 없었다ㅜㅜ 30키로 육박하는 캐리어 2층에 올려야할까봐 제일 걱정 많이했음. 근데 열차를 쭉 둘러 보니까 내 좌석처럼 생긴곳은 시트 아래에 26인치 충분히 들어갔고 (28인치까지도 가능할듯.  30인치는 어려울거 같음)
 
다른칸에는 철망으로 2층에 짐 올리는 공간이 있었는데 큰 캐리어는 아래에 난간같은데다가 묶어서 보관하더라. 그러니 너무 큰 짐이라고 걱정 안해도됨. 무조건 탈 수있고 무슨 액자인지 가구 들고 타는 사람도 있었음. 
 

 
 
분명 블로그에서 물을 준다고 본거같은데 2등석은 안주는지 물도 못받음. 타고나서 30분 지나니까 침대 펴줬음. 근데 무조건 1층으로 예매하는게 좋은게 1층은 엄청 넓음. 앉아있던 좌석을 눕혀서 침대를 만들기때문에 26인치 캐리어가 들어가고도 남는 의자 크기만큼 약간 싱글침대정도? 2층은 굉장히 좁음. 여자인 나도 좁았는데 남자들은 힘들거 같음. 시트는 깨끗했고 벌레도 못봤음. 
 
근데 야경때문에 1층 할 필요는 없는게 다 숲속이고 밤이라 아무것도 안보인다. 새벽에 밖에 보는게 좋다면 그때는 어차피 침대를 접기때문에 2층도 내려와서 볼수 있다만.. 문제는 진짜 볼꺼없고 우리나라 시골 잡초길 달린다고 생각하면 됨. 그 넓은 들판 스위스.. 그런거 아니라구요... 그리고 2층 침대가 너무 흔들리기때문에 나는 멀미때문에 약을 먹었따
 

짐이 미친듯이 늘어나서 Shopee에서 200밧 주고 산 가방

 
 
멀미나서 물을 찾아야 하는데 물도 안줬고 열차 끝까지 걸어가봤는데 물 파는데는 없던데?,, 식당칸은 있었는데 딱히 뭐가 없어보여서 물어보진 않았음. 결국 못사고 한참뒤에 어떤 아저씨가 "남~"(นำ้)이러면서 기차안에서 들고다니면서 팔길래 사먹음. 20밧인가 그랬던거 같음.
 
내 로망은 멀미로.. 멀어져 갔고 자고 인났더니 수랏타니에 도착했음.
 
 

 
수랏타니에서 코사무이 가는건 판팁에서 450밧에 조인티켓을 구매했는데, 수랏타니는 간이역처럼 매우 작음.. 문도없음. 그냥 중간으로 나가면 여자들이 모여서 호객행위를 하는데 본인이 예약한 회사 말하면 어디로 가라고 다 말해줌. 바로 30미터 앞에 회사들 몰려있음. 나는 판팁에서 했고 시간이 애매했음. 8시 차를 예약해서 무려 한시간 반을 기다렸는데 진짜 이때 너무 힘들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되서 버스타라 그러는데 사람들이 다 코팡안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게 아니겠음?.. 나만 코사무이;; 또 엉뚱한데다 보낼까봐 직원 붙잡고 코사무이가는거 맞냐고 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I'm going to 코사무이가 가 어떻게 나오냐고 그냥 I'm 코사무이 암 코사무이! 이 난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기요! 난 코사무이에요!" 이러면서ㅋㅋㅋㅋ 접수원한테 버스아저씨한테도 몇번을 물어봄 ㅋㅋㅋㅋㅋ 다행히도 맞았음. 항구에 내려주는것이었고 돈삭항구에는 코팡안가는거 코사무이가는거 두개 배가 나눠져있었나봄. 근데.. 돈삭항구에 도착하니까 또 아저씨가 덜렁 내려주기만하고 어디로 가야되는지 말도 안해주는거임... 그냥 들어가면 되니까 말을 안해준거긴한데 내 입장에선 정말이지..
 

 
그래서 덜덜떨면서 안내데스크가서  코사무이가는 배 어디서 타?라고 말했더니 직진해서 들어가고 지금 당장가래 롸잇나우! 이러면서 내가 "헐 나우? 나우? ㄴ우?" 이러면서 뛰어감ㅋㅋㅋㅋ 근데 진짜 너무 배고팠다 진짜..
 
그 와중에 식욕앞엔 장사가 없다. 도시락 가게를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춤ㅋㅋㅋ 빨리 빨리 도시락줘 물이랑! 이러고 진짜 10초만에 사서 뛰어들어갔거든요? 근데 배 문 열리지도 않음 ㅡㅡ... 결국 대기실? 같은데 앉아서 도시락 까먹음.. 근데 진짜 개 맛있었음. 굶다가 먹어서 그런지 원래 맛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다 식어버린 마늘이랑 돼지 볶은거 그거였는데... (หมูกระเทียม/Moo Kratiem) 진짜 너무 맛있어서 하나만 산걸 후회했음... 태국에서 먹은것중 두번째로 맛있었음. 그렇게  대기실에서 먹방찍는데

 
 
갑자기 또 배타래 ㅋㅋㅋㅋ 도시락 문 후딱 닫고 코사무이행 배에 탑승함. 근데 판팁이든 롬프라야든 내 생각에 오는 배 타는거 같음. 아니 이게 진짜 혼돈의 카오스인게 나는 판팁을 예매했는데 판팁이라고 적힌 배를 탈줄 알았음. (홍콩에서 마카오행 페리 예약하면 그 업체 이름이 적힌 배를 타는것처럼) 근데 씨ㅇㅇㅇ이라고 적힌 배를 타라고 하니까 또 코사무이 가는거 맞냐고 무한반복ㅋㅋㅋㅋ (아저씨 제발 코사무이행이라고 적어줘요 녜?!) 나올때도 판팁 예약했지만 씨 어쩌고 배를 탔음. 
 
 
안에 매점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나름 깨끗하고 괜찮았음.  또 다시 2시간 달려 코사무이의 바다가 보였다. 내가 진짜 갈대같은 인간인게... 밥도 못먹고 멀미도 하고 힘들었던 여정이었는데 이 바다를 보니까 또 사르륵 녹으면서 아 잘왔네? 싶은 생각도 들었음. 사실 코사무이 바다는 그정도로 예쁘진 않음. 그럼에도 굉장히 예쁜 바다고 코사무이 같은 느낌이었음.
 

 
 
코사무이 나톤항구에 내려서 썽때우 피곤해서 그런것도 모르겠고 택시도 비싸다 그러고 그냥 아무생각없이 항구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음. 썽태우 아저씨들이 뭐라고 말을거는데 그냥 지나쳐갔음... (=일단 뭉탱이로 덤비면 도망가는 습성이 있는 나) 바보아님?.. 나중에 알고보니 100밧에 태워다 준다는데 그걸 무시하고 나간거였음ㅋㅋㅋㅋ
 
코사무이로 내리자마자 햇빛은 내리쬐고 캐리어는 무겁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그거 끌고가자니 죽을맛인데 나가는길에 오토바이 아저씨가 말을검. 어디가녜. 1:1은 해볼만 하다 느끼기 때문에 일단 숙소를 보여줌ㅋㅋㅋ 자기가 태워다준데 200밧이래. 인드라이브 부를라고 그랬는데 300밧이 넘어서 200밧이면 나쁘지 않은데? 싶었음.  그리고 30키로 캐리어 안고 오토바이 탈수 있는 사람... 특별해 보이기도 하고.. 근데 오토바이에 30키로 캐리어를 싣고 나도 싣고 그게 안전할리 있겠냐고ㅋㅋㅋ 타자마자 아 조졌다.. 생각이 들면서....
 

 
조심성 없는 나란 인간이 유일하게 조심하는게 오토바이인데 ㅋㅋ 오토바이에 화상 입은적이 있어서 연통을 굉장히 무서워함. (무슨일이 있어도 오토바이는 오른쪽에서 절대 안탈정도) 근데 캐리어때문에 발 올리는게 안 닿는거다.... 연통 닿을까봐 정말 무서워하면서 다리 최대한 벌리고 진짜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감ㅋㅋㅋㅋㅋ.. 하.. 100밧 때문에.. 피곤한게 이렇게 무서운거임. 정상적인 생각을 못하게 하거든. 아저씨도 고생이라 내리면 팁줘야겠다 생각까지 하면서 감.
 
코사무이는 산 언덕이 많기때문에 굉장히 무서웠다. 무튼 그렇게 묘기 오토바이 타고 숙소 도착했는데 아저씨가 입쓱 닦으면서 300밧 내놓으라는거다.
 
????? 순간 얼탱이가 없었고,,,,,, 잔돈도 없었는데 때 마침 200밧밖에 없었음ㅋㅋㅋ 그래서 뭔소리야? 200밧밖에 없음. 자 20밧은 팁이다. 가라. 이러고 내갈길감. 다시 만나지 말자. 이런류의 사기꾼 안 좋아함.
 

 

숙소 도착했는데 숙소 직원이 진짜 너무 친절함. 목 마르지 물줄까? 이러더니 물 페트로 하나주고 ㅋㅋ 어디서 람부탄을 가져오셨는지 까서 먹는 방법까지 알려주심. (나 람부탄 못먹어본것처럼 생겼나봄..) 람부탄 3알에 나... 너무 감동받았잖아....... 무튼 숙소 준비가 안됐다고 나갔다 오라네. 와.. 근 20시간을 씻지 못한 그 꿉꿉함 정말 미처버릴뻔했음. 
 
근데 문제는 숙소가 또 외져서 오토바이 없인 못나가... 180밧에 오토바이를 숙소에서 대여해줌ㅋㅋㅋ 오토바이 빌려줄까? 이래서 내가 어! 작은걸로줘! 내가 작으니까 발 안닿으면 무서워 했더니 나를 위아래로 훑어봄ㅋㅋㅋㅋ 뭘 타도 안닿겠다 싶었던거겠지. 그렇게 키가 가장 작은 줌머를 빌리게 됐다. 
 

 
158이지만 두발 착지 어렵다. (까치발은 가능. 롱다리면 가능할지도) 근데 두발 착지까지 안해도 한발착지 해도 충분했고, 무서우면 시트에서 내려와서 서있으면됨ㅋㅋㅋㅋㅋㅋㅋㅋ
 
오.. 20년만에 처음타는 스쿠터였음. 20년전에 동네에서 타본다고 깝치다가 넘어져서 그 뒤론 안탔는데 이건 방법이 없는거다ㅜ 이렇게 외진지 모르고 숙소를 10박이나 예약했기때문에 ㅠㅠ 천천히 가자라는 생각으로 타봄. 근데 생각보다 쉬웠다ㅋㅋㅋㅋ 당시엔 애기때였고 지금은 운전도 곧잘해서 그런지 전혀 어려움 없이 타다가...... 혼자 두번 자빠짐.... (조심성이라곤 눈꼽만치도 없기때문에)
 
쪼리 신고 타다가 발에 피 철철나서 다신 쪼리 신고 안탔다. 그 상처 관리하느라고 바다에도 못들어가고 지금 한달동안 상처가 아물고 있다는점.... 운동화 신었으면 안다쳤을건데 초보자는 절대 쪼리 신지 마세요ㅠ

 
 
아무튼 스쿠터타고 달리는 코사무이는 진짜 황홀 그자체였다. 언덕을 올라가고 내려올때 보이는 그 해변은 정말 최고였다. 행복하다 라는 생각이 절로듬! 하지만 내가 제일 먼저간곳은 빅씨...ㅋㅋㅋㅋ ㅜㅜ 배고프고 더웠고 람부탄 3알에 감동받아서 직원을 위해 무언갈 사다주기 위해서... 미스터도넛인가? 그거 사다줬는데 직원이 감동했는지 다음날 나뭇가지에 매달린 람부탄 엄청 많이와 망고스틴 게다가 떠나는 날 날 항구까지 태워다 주기까지 했음. 역시 세상에 공짜 밥은 없다는 말이 딱 맞음.
 


방콕에서 코사무이 기차로 이동

- 슬리핑 기차 2등석 2층 714 바트 (29,000원)
- 조인티켓 (수라타니 - 코사무이)  420 바트(16,800원)
- 나톤비치에서 숙소까지 오토바이 200바트 (8,000원)
총 53,800원